
평화를 빕니다.
친애하는 갈산동 성당 교우 여러분들과 그 가정에 “하늘의 참된 평화와 주님 안에서 진실한 사랑을 기원합니다”(성 프란치스코가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 2」).
2025년 한 해를 보내고 2026년을 시작하며 지나간 한 해를 돌아봅니다. 돌아가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라는 로마서 5장 5절의 말씀을 주제로 2025년을 희년으로 선포하셨고, 이에 우리는 모두 희망 안에서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며 기쁨 속에서 신앙을 살아가는 한 해를 보냈습니다. 물론 기쁘고 희망찬 일들만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 믿음의 본질인 구원과 그 구원에 바탕을 둔 희망을 잊어버리지 않는 한 해를 지냈기에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지난해 우리 갈산동 본당은 “희망 속에 기뻐하고 환난 중에 인내하며 기도에 전념하십시오”라는 로마서 12장 12절의 말씀을 목표로 삼아, 어렵고 힘든 일상에서도 기도 안에서 하느님께 가까이 가며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기도는 우리 신앙인들의 영적인 양식이며, 하느님과 함께 하는 가장 기본적인 삶의 모습이고,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방법임을 기억하며 올해도 기도 안에서 우리 모두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인천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님께서는 특별히 2026년 한 해를 환대하는 공동체의 해로 삼으시고, “사람들을 들어오게 하여, 내 집이 가득 차게 하여라.”라는 루카 복음 14장 23절의 말씀을 주제로 하느님과 이웃을 열린 마음으로 환대하고, 영적 쇄신과 실천으로 희망의 여정을 이어가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우리 모두를 초대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이는 2027년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027년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자세로, 지금부터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이들, 하느님이든, 신앙 공동체 안에서의 형제자매들이든, 세상 안에서 만나는 누구든, 그들에게 마음을 열고 환대하는 마음가짐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우리는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합니다. 1년이 훨씬 넘게 남았는데 벌써부터 왜 그러냐하는 생각이 들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행사가 우리 본당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수많은 나라의 청년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그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우리 본당을 방문하게 되더라도 봉사하시는 분들만 신경을 쓰게 되고 나하고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들이 방문했을 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프로그램을 잘 준비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그들을 향한 우리의 환영하는 마음, 주교님께서 말씀하신 환대이며, 그 환영과 환대의 마음은 바로 평화 속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무엇보다 우리 공동체가 일치와 화목 안에서 함께 하고, 신앙생활을 통해 평화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들에게 그것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2027년 세계청년대회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 신앙인들이 가져야할 가장 기본적인 모습이라 할 것입니다. 우리가 평화의 사도로 살아가고자하는 모습은 우리가 속한 공동체 안에서는 서로 믿고 의지하며 하나됨 속에서 주님을 만나는 모습으로, 또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그 모습들이 삶의 모범이 되어 그들을 자연스레 신앙으로 이끌 수 있는 선교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에 우리 갈산동 성당은 2026년 한 해를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의 기도 시작 문구인 “주님, 저를 당신 평화의 사도가 되게 하소서.”라는 구절을 주제로 삼아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이들을 반겨주고, 우리의 평화 속에 모든 이들을 초대하며, 그들에게 주님의 평화를 빌어주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평화의 사도가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은 환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환대는 단순히 손님을 맞이하고 차를 대접하는 것만이 아니라, 타인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그 사람에게 평화를 건네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저는 환대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4가지의 단어와 그에 맞는 평화의 기도 문구들로 압축해서 말씀드리려 합니다. 곧 마음, 언어, 행동, 공동체가 그것입니다.
1. 마음: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판단중지)
평화의 사도가 되는 첫걸음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내적 환대’입니다. 그 방법으로는 ‘내 마음에 빈의자 마련하기’와 ‘판단을 보류하기’입니다. 미사 참례 전, 내 마음 속에 누구든 앉을 수 있는 빈 의자를 하나 마련한다고 상상해봅시다. 곧 내가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껄끄러운 사람이나 낯선 이가 내 마음의 의자에 앉더라도 밀어내지 않기로 결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거부감이 들 때, 즉시 판단하거나 심판하는 대신 ‘저 사람에게도 나름의 십자가가 있겠지’하고 판단을 잠시 멈추는 훈련입니다. 이것이 곧 다툼 대신 평화를 선택하는 내적 환대입니다.
2. 언어: “이해 받기보다는 이해하며”(경청의 환대)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상대의 말을 담아내는 경청의 환대가 진정한 평화를 만듭니다. 대화 중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고 마지막까지 들어주고,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며 답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며 환대의 표시입니다. 내 생각보다 상대방의 생각과 말에 귀를 기울여줄 수 있는 평화의 사도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3. 행동: “어둠이 있는 곳에 광명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표정과 표현)
우리는 미사 중에 성체를 모시기에 앞서 주위의 형제 자매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눕니다. 하지만 이 순간 기계적으로 서로를 보며 고개만 까딱이지 않고 진심을 담아 내 옆의 형제자매들에게 주님의 평화를 전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성당 안에서 만나는 형제자매들에게 그들이 친한 이들이든 아니든 눈인사라도 간단하게 나누며 평화를 빌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갈산동 성당 공동체가 낯선이들이 모여 미사만 하고 돌아가는 곳이 아니라, 낯설어도 인사를 나누며 서로를 기억하는 그런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4. 공동체: “자기를 주면 받을 수 있고”(자리의 내어줌)
무엇보다 공동체 안에서 만들 수 있는 평화는 각자의 편안함을 포기할 수 있을 때 나옵니다. 이를 위한 작은 실천으로 미사 시간에 내가 늘 앉던 내 자리를 고집하지 않고 늦게 온 이들이나 새 신자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거나 앞쪽이나 안쪽의 비어있는 자리에 앉을 수 있으면 어떨까하고 생각해봅니다.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다른 이들을 위해 내어주는 것만이 아니라 이는 ‘하느님의 자비’를 다른 이들에게 내어주는 행동입니다. 그리고 미사뿐만 아니라 구역모임이나 단체모임, 공동체에서 함께 하는 일이 있을 때, 늘 어울리는 친한 그룹이 아니라 그 자리를 낯설어하는 이들, 처음 오는 이들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끼리끼리 어울리며 함께 하지 못하는 이들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늘 소외된 이들과 함게 하셨듯,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환대는 낯선 이에게 문을 여는 것이지만, 동시에 내 마음속 미움과 편견의 문을 닫는 것입니다. 오늘 내가 건넨 따뜻한 눈빛, 미소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하느님의 평화가 됩니다. 2026년 한 해는 이를 꼭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평화의 사도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대단하고 어려운 모습이 아닙니다. 작은 것에서 내 마음과 생각을 바꾸는 것으로 내가 만나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평화를 전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마음과 언어, 행동과 공동체 차원에서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의 사도가 되기를 노력하며 2026년을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평화의 사도되기 실천카드’를 제작해 곧 배포하도록 하겠습니다. 구체적인 실천이 따라야만 우리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이 실천카드를 가지고 다니면서 하루하루를 돌아보도록 합시다.
특별히 2026년은 성 프란치스코의 선종 8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께서 어떤 모습으로 평화의 사도가 되고자 노력했는지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만큼은 아니지만 성인의 선종 800주년을 보내며, 우리가 그분의 모범을 따라 우리 공동체와 이웃에게 평화를 전하는 사도가 되기를 다짐하고 노력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의 기도」를 인용하며, 우리 갈산동 본당 교우 여러분과 그 가정에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주님,
저를 당신 평화의 사도가 되게 하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모욕이 있는 곳에 인내를
불화가 있는 곳에 화목을
오류가 있는 곳에 진리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이 있는 곳에 광명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심게 하소서.
자기를 주면 받을 수 있고
자기를 잊으면 찾을 수 있고
용서하면 용서받을 수 있고
목숨을 잃으면 영생으로 부활하겠사오니
주님!
위로 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 받기보다는 이해하고
사랑 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해주소서.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빌며
주임신부 홍민용 알로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