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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1년 9월 12일 연중 제24주일
작성자 강명훈 아드리아노 작성일 2021-09-12 조회수 320
2021년 9월 12일 연중 제24주일



복음 마르 8,27-35

그때에 27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카이사리아 필리피 근처 마을을 향하여 길을 떠나셨다. 그리고 길에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28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합니다.”
29 예수님께서 다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베드로가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30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에 관하여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중히 이르셨다.
31 예수님께서는 그 뒤에, 사람의 아들이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으시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32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명백히 하셨다.
그러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하기 시작하였다. 33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제자들을 보신 다음 베드로에게,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하며 꾸짖으셨다.
34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군중을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35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신학교에 들어가서 처음에 고민이 너무 많았습니다. 신부가 되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능력 부족 그리고 자질 부족인 저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신부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도 기도하는 시간이 너무 싫었습니다. 공동 기도 시간, 미사 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또 신부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도 공부하는 것을 너무 싫어했습니다. 철학, 신학, 성경…. 모두 제게 맞지 않는 옷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와서 고생만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런 고민으로 힘들어할 때, 여름방학 중에 혼자 산에 갔습니다. 정상까지는 길을 따라 쉽게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이제 하산하는데,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싶은 것입니다. 숲속으로 들어가 저의 감각만을 믿으면서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숲을 헤치며 한참을 내려갔지만, 사람도 보이지 않고 길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자니 그 힘든 길을 다시 간다는 것 자체가 끔찍했습니다. 또 무작정 내려가다가는 길을 잃어서 금방 어두워져서 난처한 일을 당할 것만 같았습니다.

바로 그 순간 물소리가 들렸습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가니, 이 물길만 쫓아가면 아래로 내려갈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실제로 무사히 하산할 수 있었습니다.

하산할 때 들었던 물소리가 주님의 말씀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주님 말씀만 듣고 그 말씀대로 살아간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만두지 않고, 지금 이렇게 신부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제 기도를 싫어하지 않고, 또 공부를 너무 좋아하는 은총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예언하십니다. 그러자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님께 반대를 던집니다. 예수님께서 수난과 죽음이라는 고통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향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마르 8,33)

주님의 말씀대로 살았어야 했습니다. 사람의 일만을 생각하니 주님의 뜻이 보이지 않고, 주님의 뜻과 정반대의 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 일을 생각하고 바라보고 있었을까요? 사람의 일일까요? 아니면 하느님의 일일까요?

베드로처럼 자신에게 고통과 시련이 없어야 한다면서 예수님을 붙들고 반박하는 것이 아닐까요? 하느님의 일보다는 사람의 일이 먼저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주님께서는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기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진짜 자신의 목숨을 구하면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입니다.



관찰이 전부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해라.
그리고 눈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에서 배워라(레오나르도 다 빈치).





하느님은 늘 좋은 시간을 주셨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 기억납니다. 선생님께서 미술 시간 준비물로 찰흙을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한 저로서는 찰흙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옆 짝궁에게 물어보니, 그것도 모르냐는 표정을 지으며 “흙인데 끈기가 있는 거야.”라고 말해주는 것입니다.

솔직히 찰흙을 문방구에서 살 생각은 전혀 못 했습니다. 흙이란 것은 길거리에 널려 있는데, 이 흙을 돈 주고 산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어느 밭의 언저리에 있는 흙의 상태를 보고 ‘찰흙이다’라고 확신했습니다. 손으로 만져보니 끈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저는 직접 채취한 이 흙을 라면 봉지에 넣어갔습니다. 그런데 제 주위의 친구들은 모두 투명 비닐에 쌓인 네모반듯한 찰흙을 꺼내는 것입니다. 겉 비닐에 큼지막하게 ‘찰흙’으로 쓰여있더군요.

친구들이 저를 엄청나게 놀렸습니다. 흙을 사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인데 말입니다. 지금은 오히려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남들은 체험하기 힘든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실수, 실패…. 당시는 부끄럽고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 시간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게 됩니다.

하느님은 늘 좋은 시간을 주셨습니다. 실수, 실패도 제게 좋은 시간입니다. 어떤 시간도 감사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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