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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1년 11월 16일 연중 제33주간 화요일
작성자 강명훈 아드리아노 작성일 2021-11-16 조회수 245
2021년 11월 16일 연중 제33주간 화요일



복음 루카 19,1-10

그때에 1 예수님께서 예리코에 들어가시어 거리를 지나가고 계셨다. 2 마침 거기에 자캐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세관장이고 또 부자였다.
3 그는 예수님께서 어떠한 분이신지 보려고 애썼지만 군중에 가려 볼 수가 없었다. 키가 작았기 때문이다. 4 그래서 앞질러 달려가 돌무화과나무로 올라갔다. 그곳을 지나시는 예수님을 보려는 것이었다.
5 예수님께서 거기에 이르러 위를 쳐다보시며 그에게 이르셨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6 자캐오는 얼른 내려와 예수님을 기쁘게 맞아들였다. 7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모두 “저이가 죄인의 집에 들어가 묵는군.” 하고 투덜거렸다.
8 그러나 자캐오는 일어서서 주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주님!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 것을 횡령하였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
9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기 때문이다. 10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책을 많이 읽습니다. 특히 하루에 350페이지를 읽겠다고 자신에게 다짐하고 계속해서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상황에서도 이 다짐을 지키려고 노력하다 보니 때로는 책을 아주 급하게 읽게 됩니다. 이렇게 급하게 빨리 읽다 보면 마지막 장을 넘기고 책을 덮는 순간에 다 읽었다는 뿌듯함보다 읽는 데에만 몰두해서 중요한 것을 놓친 것이 아닐까 라는 아쉬움이 남게 됩니다. 이해하려면 잠깐 책을 덮고 생각하는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문득 책과 사람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성급하게 읽으면 안 되는 것처럼, 사람도 성급하게 판단하고 단죄했던 것이 아닐까요? 그를 이해하고 인정해 주기 위해서는 침묵 속에서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데, 나의 입장만 내세우면서 섣부르게 말하고 행동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따라서 잠시 머무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이 이해하는 시간이고,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주님께서도 우리를 이해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만드셨습니다. 섣부르게 판단하고 단죄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기회를 주십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자캐오 이야기에서 주님의 모습을 묵상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더 쉽다고 하셨습니다(루카 18,25 참조). 그런데 부자 자캐오의 이야기를 통해, 구원은 부자냐 가난이냐의 문제가 아니고 어디에 마음을 두어야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치십니다. 당시의 유다인들이 세리라는 이유로 죄인으로 판단하고 단죄했던 것과는 달리, 주님께서는 자캐오의 마음을 보셨습니다.

자캐오는 예리코 세관의 세관장이었고 부자였습니다. 이러한 지위와 재산 상태는 구원받고 못 받는데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예수를 보려고만 애썼습니다. 구원은 복음의 말씀을 듣고 주님을 뵈옵기를 원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한 도시의 세관장이며 내로라하는 부자가 채신머리없이 나무에 기어 올라가 있는 모습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의 열정이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 마음을 보시는 주님께서는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라면서 자캐오와 함께 하십니다.

우리도 주님의 모습을 따를 수 있어야 합니다. 섣부르게 판단하고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인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진정으로 함께 하는 우리가 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사회적 명예나 재산이 아니라,
‘자신의 영혼과 얼마나 일치되어 있는가’이다(법정).





인간관계를 생각해보세요.

명절 때가 되면 가게 앞에 또 마트에 가도 많은 과일 상자를 보게 됩니다. 그런데 커다란 과일 상자에는 과일 몇 개만 달랑 들어있는 것입니다. 과대포장이 아니냐고 누군가에게 말했더니, 의외의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작은 상자에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 빨리 상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과일이기 때문에 숨 쉴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커다란 상자에 드문드문 담는다는 것입니다.

숨 쉴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 사람도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적당한 틈이 있어야 상처를 받지 않고 함께 살 수 있습니다.

철학자 디오게네스도 “사람을 대할 때는 불을 대하듯 해야 한다. 다가갈 때는 타지 않을 정도로 접근하고, 멀어질 때는 얼지 않을 만큼만 떨어져라.”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적당한 인간관계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적당함을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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