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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1년 5월 1일 부활 제4주간 토요일
작성자 강명훈 아드리아노 작성일 2021-05-01 조회수 278

2021년 5월 1일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복음 요한 14,7-14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7 “너희가 나를 알게 되었으니 내 아버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너희는 그분을 아는 것이고, 또 그분을 이미 뵌 것이다.”
8 필립보가 예수님께,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하자, 9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하느냐? 10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너는 믿지 않느냐? 내가 너희에게 하는 말은 나 스스로 하는 말이 아니다. 내 안에 머무르시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일을 하시는 것이다. 11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고 한 말을 믿어라. 믿지 못하겠거든 이 일들을 보아서라도 믿어라.
12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 내가 아버지께 가기 때문이다. 13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내가 다 이루어 주겠다. 그리하여 아버지께서 아들을 통하여 영광스럽게 되시도록 하겠다. 14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면 내가 다 이루어 주겠다.”






글 쓸 일이 있으면, 특히 많은 양의 글을 써야 할 때면 지금 있는 자리에서 벗어나서 따로 외딴곳을 찾습니다. 그곳은 피정의 집이 될 때도 있고, 호텔이나 펜션일 때도 있습니다.

두 달 전이었을 것입니다. 이때도 3일 동안 글만 쓸 생각으로 호텔에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글이 잘 써져서 이틀 만에 원하는 글을 모두 쓸 수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자유의 시간을 누리면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낮잠도 자고, 그동안 못 보았던 책도 읽으면서 자유를 누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성지가 궁금해지는 것입니다. 제가 없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이것저것 궁금해지고 걱정이 됩니다. 오랜만에 누리는 자유의 시간이었지만, 이 자유를 누리기가 힘들었습니다.

결국 자유를 포기하고 성지로 돌아갔습니다. 당연히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자유가 있으면 좋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소속감 안에 갇혀 있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자유를 누릴 시간인데도 그 자유를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성지로 돌아간 것이지요.

우리는 보통 자유는 좋고, 구속은 나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이 두 가지 모두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어느 정도의 자유와 구속이 균형을 이루며 함께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주님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신앙 생활하는 것을 자신의 자유를 구속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종종 봅니다. 그래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주님을 벗어나 자유롭게 산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할까요? 아닙니다. 주님께 구속된 편안함 속에서 진정한 자유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를 뵙게 해 달라는 필립보를 향해 당신께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해야 할 것을 명하십니다. 왜냐하면 주님이 하느님 아버지 안에 있고, 하느님 아버지께서 주님 안에 계시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두 분은 진정한 하나를 이루십니다. 이를 구속이라 생각하실까요? 아닙니다. 하나를 이루면서 더 큰 자유를 그리고 더 큰 일을 우리를 위해서 해 나가십니다.

주님께서는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내가 다 이루어 주겠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이 이루어지면 그 안에서 큰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그런데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해 주신 것을 자유가 없다고 거부하겠습니까? 주님께서는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시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유를 더 누릴 수 있도록, 이 세상 안에서 더 자유롭게 잘 살 수 있게 하려고 당신 안에 머무르라고 하십니다. 그래도 주님께 대한 믿음을 버리시겠습니까?






오늘 우리는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불확실한 삶에서,
외로운 삶에서, 기다리는 삶에서 느낀다(가스통 바슐라르).




호텔 이용하기


여행을 가서 숙소는 그냥 잠만 자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늘 최저가를 검색했고, 그 숙소에서 잠만 자고 새벽 일찍 나오곤 했습니다. 머리만 대면 곧바로 잠을 자는 ‘나’이기에 시끄러워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냥 값만 싸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런데 호텔의 새로움을 어느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호텔에 가서 글을 쓴다고 말합니다. 정리·정돈할 필요도 없고 식사 걱정도 하지 않고(룸서비스를 이용) 오로지 글에만 집중한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익숙한 환경이 아닌 낯선 장소에서의 글쓰기는 새로운 생각을 준다는 것입니다. 이때 호캉스라고 해서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이 많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글을 쓰기 위해 그리고 호캉스를 누려보겠다고 호텔 예약을 했습니다. 이제까지 이용했던 숙박비보다 어마어마하게 비싼 가격이었지만, ‘이런 체험도 필요해’라면서 스스로 합리화하며 이용해보았습니다.

그 뒤, 호텔을 자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글을 몰아서 써야 할 때는 하루 이틀 동안 호텔에 투숙하면서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익숙한 사제관을 벗어나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기에 정말로 많은 도움을 얻게 됩니다.

종종 지금의 자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나를 만들고 싶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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